노년의 쇠약해진 조부모와 사춘기 손녀
한 마을 좁은 골목길 끝.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곳에 집이 한 채 있습니다. 흘깃 보아도 지은 지 오래되고 낡아 보이는 이 집은 이 동내의 오랜 세월을 집이라는 형태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대문과 벽은 낡아 성인 남성이 힘을 줘 밀기라도 한다면 무너질듯하고, 지붕은 손상되고 청소가 안돼 얼마나 많은 보수가 필요할지 가늠이 안됩니다.
이곳에는 거동이 불편한 노부부와 중학생쯤 돼 보이는 여학생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들의 얼굴 표정에는 많은 사연을 담고 있는 듯합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웃지 않고 힘들어 보이는 행색은 나도 모르게 잠시 지켜보게 되는 모습입니다.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요?
사고소식
어느 날 이 집에 사고소식이 들려옵니다. 이제 막 태어난 딸아이를 둔 건강하던 아들이 사고가 생겼다는 겁니다. 자식 걱정에 어떤 일인지 알아보던 노부모는 눈앞이 깜깜해졌습니다.
아직 어린 며느리와 이제 막 태어난 손녀딸을 둔 아들이 그만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기 때문입니다.
녹록지 않은 형편에도 가정을 꾸리고 열심히 살아보려고 노력하던 아들의 모습이 떠올라 노부모는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이 날의 사고소식은 가족모두에게 너무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자기 아빠가 하늘나라로 가신걸 아는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손녀는 하루종일 목놓아 울어댑니다.
가족 모두 각자의 슬픔을 가슴속에 꾹꾹 누르며 참아보려 했지만, 아이 울음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흐릅니다.
모두가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며, 몇 날을 보내던 어느 날, 다시 한번 큰 충격에 빠지게 됩니다. 아이의 엄마이자 며느리가 집을 떠난 겁니다.
아들의 사망소식이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데 핏덩이와 같은 갓난아이를 외면한 채 며느리마저 이 집을 떠나버린 겁니다. 며느리는 자기 딸을 두고 떠나는 결정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상처를 본인에게 주었을까요?
모든 사건들이 생각할수록 고구마를 통째로 삼킨듯한 해소되지 않는 답답한 마음뿐이었습니다. 아들의 예기치 않은 사망은 가족 모두에게 너무도 큰 트라우마를 안겨줬습니다.
노부모는 여유롭지 못한 경제 상황에 그간 살아온 날들이 너무도 힘겨웠지만, 그날 울고 있는 갓난아이를 바라보며 하늘이 무심하다는 걸 새삼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15살이 된 손녀
충격과 슬픔으로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르고 아이를 양육하던 노부부는 이제 90세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사회생활을 하기도 너무 힘든 몸이 되었고, 거동조차 불편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손녀는 부모가 주는 사랑을 받고 자라진 못했지만, 노부부의 사랑과 애정으로 건강하게 자라나 15살이 되어, 중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15살이 된 손녀는 사춘기에 접어들며 세상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남들과 다른 자신의 처지에 의문을 갖게 되어, 가정에 다시 한번에 서로의 슬픔을 들추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너희 집에 놀러 가도 돼?
친구들이 놀러 가고 싶다는 말에 아무 대답을 못하는 가현이(손녀)는 집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 치울 수도 없이 가득 쌓인 짐들, 낡고 더러운 집을 보여주기 부끄럽습니다.
오늘도 친구들에게 우울한 모습을 남긴 채 혼자서 무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옵니다.
왜 나는 부모님이 안 계시는지..
왜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와 사는지..
왜 나는 좋은 집에 살 수 없는지..
왜 나는 친구들과 다른 환경에 사는지..
왜 나는 가난한지..
집으로 돌아오는 가현이의 머릿속엔 혼자서는 답을 구할 수 없는 많은 고민들로 가득합니다.
자신의 진로를 정하고 열심히 공부하며, 친구들과 평생 기억될 추억을 쌓아야 할 시기에 자신을 괴롭히는 생각들로 시간을 보내는 가현이 처지가 너무도 안쓰러울 따름입니다.
가현이의 가정에는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앞으로의 세월을 품고 사시는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집이 필요합니다.
90세가 된 조부모님은 그저 가현이가 앞으로 배 굶지 않고, 웃으며 살 수 있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며, 공부하고 추억을 쌓고,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가현이가 될 수 있도록 따뜻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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