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가 움츠러든 여학생
늦은 오후 갈증과 피곤함에 커피가 떠올랐다. 그렇게 책 한 권과 노트북을 챙겨 커피숍으로 향했다.
커피숍으로 가던 길 반대편 보도에서 교복을 입은 여자 아이들이 마주오고 있었다. 중학생쯤 돼 보인다.
여학생들은 뭐가 그리도 좋은지 큰 소리로 웃으며 걷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친구를 바라보고 웃는다. 그러더니 양 어깨에 가방줄을 질끈! 움켜쥔다. 상당히 기분이 상기된 듯하다.
어깨까지 들썩이며 웃어 댄다. 우연히 마주친 아이들의 모습이었지만, 정말이지 아무런 걱정이 없어 보였다.
순수한 모습에 질투가 날 정도다. 해맑다. 지나치며 듣게 된 웃음소리 때문인지, 자꾸만 웃던 모습이 떠오른다.
해맑게 웃던 모습만큼이나 밝고 청량 한 웃음소리였기 때문이다. 한 해가 지나가며, 늘어가는 스트레스와 학습들에 처져있던 나였다.
하지만 아까 본 아이들에겐 그 어떤 스트레스도 없어 보였다. 즐거운 하루 그 순간이 행복한 듯 보였다.
더욱,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던 것이, 주변을 드리운 학생들 중 그 누구도 인상을 찌푸린 학생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됐다. 나도 매일 웃었는데, 왜 이렇게 됐지? 먼지 쌓인 인생 같아 피식 웃음이 나온다.
건조한 실수
커피숍에 도착해 노트북을 열었다. 노곤함에 목적 없는 탐색이 시작된다. 아무 생각 없이 웹페이지를 위아래로 스크롤해 댄다.
무미건조한 감정에 유일한 자극은 차가운 커피가 입에 닿는 느낌뿐이다. 그러던 중 빠르게 내려간 스크롤을 다시 올렸다.
"분명 눈물 흘리던 여자 아이가 있었는데?" 방금 전까지 함박웃음을 짓던 아이들을 보아서 인지, 눈물 흘리는 여자아이에게 관심이 쏠렸다.
궁금한 마음에 클릭을 했다. 실수였다. 커피로 간신히 적시고 있던 무미건조한 마음이었다.
유머를 보고 기분을 업시켜, 생기를 불어넣어줘야 했다.
하지만 대단한 호기심 덕에, 뱃속에 가라앉는 커피처럼 마음도 가라앉았다. 노트북 화면에 열린 내용 때문이었다.
초・중학생 여자아이들의 생활고를 다룬 내용이다. 그래서 여자아이의 눈물 흘리는 사진이었던 것이다.
평소 이 같은 후원캠페인 페이지는 스킵을 한다. 안 좋은 말들을 들어서인지 큰 신뢰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잠깐 본 내용들은 꾸며진 이야기 같지 않았다. 오래된 후원 단체였으며, 많은 사람들을 돕고 있었다.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지금 할 것도 없잖아!"라는 마음으로 내 호기심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렇게 온라인에서 우연히 알게 된 3명의 인연이다. 방금 전 본 여자 아이들과 극명한 상황 때문인지, 더욱 아이들에 상황에 빠져들게 됐다.
모든 사연을 보았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클릭이 다른 호기심을 낳았다. 내가 지금 키보드를 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아이들에 사정을 알려야만 할 것 같았다. 글쓴이는 작가도 아니며, 숙달된 블로거도 아니다.
그저 나의 작은 노력으로, 우연히 온라인에서 맺은 인연이 아까 길에서 본 아이들처럼 웃음을 잃지 않길 바라본다.
유통기한 지난 생리대
지수는 13살의 여학생이다. 지체장애를 가지고 계신 아버지와 살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3년 전 이혼을 하셨다고 한다.
아버지는 거동조차 힘든 몸이기 때문에 경제활동도 할 수 없다. 그렇다 보니, 지수네 가정은 어쩔 수 없이 생활고에 시달린다.
그러던 어느 날 이제 막 시작된 초경에 지수는 크게 당황했다. 복잡한 가정환경과 생활고, 힘겹게 유지하고 있는 학교생활등 모든 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 많은 악재들은 성인도 감당하기 힘들다. 지수의 표정이 항상 어두운 이유다. 생리대를 사야 하는 지수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돈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래서 지수는 3년 전 어머니가 두고 간 유통기한이 지난 생리대를 집어 들었다.
엄마와 세 자매
엄마와 세 자매가 함께 살고 있다. 아버지 없이 엄마 혼자 감당하기 힘든 생활비이다.
돌아가신 아버지 덕에, 딸들의 우울감과 엄마의 고생이 지속되고 있다. 성장하는 여자아이들 인자라 필요한 것도, 부족한 것도 많다.
엄마도 지난날 성장기가 있었기에, 딸들의 고충에 눈물이 앞을 가린다. 해결할 방법이 없어 그저 연거푸 한숨만 내뱉을 뿐이다.
네 모녀가 이겨 나가기에 너무나 혹독한 세상살이다. 생활에 모든 것이 부담이 된 이 가정에, 4명이 쓸 생리대 부족은 상처가 되고 있다.
아이들은 생리대가 필요해 집어 들었다가도, 자신이 사용해도 되는지 눈치를 살피고 있다. 작은 양 어깨가 더욱 작게 움츠러든다.
스스로를 돌보는 희주
희주는 몸이 불편하신 할머니와 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 없이 가난하게 자라왔다.
물만 마시며 하루를 버틴날들이 샐 수 없을 정도다. 부모님이 안 계셔 겪은 서러움, 그리고 가난으로 인한 상처만 남았다.
더군다나 학교폭력으로 트라우마까지 생겼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겪어야 했던 고통들은 감히 가늠할 수 없을 정도에 깊은 상처로 남았다.
그래도 동생만큼은 자신처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도 할머니와 동생과 함께 쓸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나간다.
희주는 매번 도움이 필요한 순간들과 마주쳤다. 하지만 어디에도 도움을 구 할 곳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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