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수가 지켜야 하는 사람들
손을 꼭 잡은 작은 소녀 두 명이 병실문을 열고 나온다. 열린 문틈 사이를 보기 위함인지 시야가 선명해진다. 아이들은 방금 전까지 울었는지 두 눈이 "퉁퉁" 부어 있다.
둘 중에 키가 조금 큰 여자아이가 언니로 보였다. 언니는 동생의 어깨를 감싸며, 피하듯 자리를 떠난다.
닫히는 문틈 사이로 서글픈 표정의 여성이 아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그녀는 한쪽눈이 감겨 있었다. 직감적으로 엄마를 병문안한 딸들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날의 3모녀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이 3 모녀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사랑스러운 딸들의 노래
어느날 퇴근 후 집에 돌아온 엄마. 누가 보아도 지친 모습이다. 어린 딸들은 엄마가 고생하는 것을 알기에 마음이 항상 불편하다.
웃는 엄마가 보고 싶어 하루종일 있었던 일들을 엄마에게 떠들기 시작한다. 둥지에서 밥달라며 입 벌리고 "짹짹" 거리는 아기새 같은 모습이다.
엄마는 고단한 몸 상태이지만, 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물을 한잔 마신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두 딸은 크게 웃는다. 그 모습에 엄마도 입가에 작은 미소가 스민다.
아이들은 입만 바쁜것이 아니었다. 뭣 때문인지 엄마를 살피는 눈치로 눈도 바빴다. 웃고 있는 3 모녀의 모습이지만, 왠지 그 모습이 너무 슬퍼 보인다.
엄마와 아빠는 이혼했다. 딸들은 영문도 모른 채 엄마의 슬픔에 공감해야 했다. 그저 아이들은 눈치로 알게 됐다. 엄마와 아빠의 이혼은 엄마가 힘들어진다는 것을..
아이들은 어른들의 눈치를 보는 것이 자신도 모르게 습관이 돼있던 것이다. 엄마는 매일 너무 바빴다. 직장이 끝나도 식당에 일하러 갔다. 시간 날 때는 미싱 작업에 몰두했다. 너무나 고된 나날이었다.
이혼과 함께 어깨에 짊어진 게 된 빚더미 때문이었다. 또, 사슴 같은 두 딸을 양육하려면 몸이 두 개라도 부족했다. 모든 게 부족했다. 돈도, 시간도, 체력도, 결국 우려했던 일이 발생한다.
하느님! 엄마는 착한 사람이에요
재잘거리는 두 딸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그 순간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두 딸의 웃음소리는 이어지지 못했다. 바닥에 쓰러진 엄마를 바라보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갑자기 눈물과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누워있는 엄마의 양 어깨를 움켜쥐고 엄마라는 비명만 지른다. 그간 눈치 보며 참았던 설움이 주체할 수 없이 눈과 입으로 쏟아져 나왔다.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된, 아이들의 모습은 숨 쉬기 힘들 만큼 서러워 보였다.
이렇게, 엄마는 병원에 이송된다. 다급한 상황에 딸들은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하느님이 엄마를 데려갈까 속으로 죄송하다고 외칠뿐이다. "하느님! 엄마는 착한 사람이에요"
긴급 환자로 급하게 수술대에 오른다. 병명은 뇌동맥류 발병이었다. 강제로 떠밀린 불구덩 같은 세상에서 발버둥 치며 버텼다. 두 딸의 얼굴을 떠올리며..
큰소리로 알리는 희망
하지만, 몸을 혹사한 세월의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엄마는 수술을 마치고 눈을 떴다. 시야에 보이는 두 딸은 엄마의 양손을 한쪽씩 잡고 울고 있었다.
엄마는 딸들을 바라보며, 눈물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하느님은 눈물을 흘릴 기회도 빼앗아갔다. 합병증으로 왼쪽눈이 안 떠진 게 된 것이다.
슬픔을 느낄 새도 없이 아이들을 바라보니 온통 걱정뿐이다. 돈도 없이 학교 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집에 먹을 것도 없는데 밥은 챙겨 먹었는지, 월세도 밀려 집을 비워야 하는 상황이다.
앞으로 감당하기 힘든 병원비와 늘어나는 합병증 때문에 상황은 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살아서 눈을 뜬것이 더 지옥 같은 상황이 된 것이다.
해줄 수 있는 말이 그저 큰딸에게 "동생을 잘 챙겨야 한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원망스러울 뿐이다. 세상의 이치는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하지만, 희수네 가정엔 작은 희망의 불씨마저 꺼져가고 있다. 온몸을 세상에 던져 두 딸을 지켜보려 한 엄마다. 더 이상 3 모녀가 하느님을 원망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의 작은 관심이 희수네 가족에게 큰소리로 알릴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의 은총은 희수네 가정을 비춰주고 있다는 것을..
당신께서 한 희생・노력・사랑이 다시 많은 사람들의 사랑으로 채워지길 바랍니다.
시선이 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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