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프 집 두영이의 성장
몸서리치던 추운 겨울이 이제는 간 듯하다. 올 겨울은 방에 창문을 3분만 열어놔도 한기가 가득 차던 겨울이었다. 매년마다 그 해 겨울이 가장 춥게만 느껴진다. 매년 생기는 걱정거리 때문이겠지?
몸을 감싸주던 두꺼운 이불과 따뜻하게 목을 적셔준 차가 없었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겨울이었다. 겨울 공기가 살에 닿으면 전염병이라도 옮듯이 부산을 떨어댔다. 어떻게든 온몸을 꽁꽁 싸매고 겨울을 버틴 것이다.
모두가 같지 않겠지만 모두에게 추운 겨울이었을 것이다. 또 마음도 꽁꽁 언 겨울을 보냈을 수도 있겠다. 오늘 주인공 두영이도 올해 겨울을 함께 보냈다. 텐트에서 말이다. 사진을 보니 어떻게 이번 겨울을 보냈을지 상상이 안된다.
끔찍하리만큼 추운 겨울이지 않았을까? 글을 시작하기 앞서 두영이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올 겨울을 버티느라 고생했다고 말이다.
올해 겨울은 글쓴이에게도 지독히 가슴 시린 겨울이었다. 작은 마음의 공감이지만 두영이를 위해 따뜻하게 전달해 본다.
두영이와 할머니
두영이의 텐트집 사진을 보고 군시절 훈련이 떠올랐다. 군대를 다녀온 남자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혹한기 훈련 말이다. 일주일간 씻지도 못하고 위장크림이 범벅이 된 얼굴로 산속에서 잠을 잔다. 그렇게 전쟁 방어 훈련을 한다.
낮에는 무릎까지 쌓인 눈 덮인 산을 오르며, 추위와 씨름한다. 또 밤에는 바람이 솔솔 통하는 A텐트라는 천 쪼가리에서 잠을 잔다. 보온 장비라곤 군장에 매고 온 침낭이 전부다.
당시 글쓴이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낮밤으로 따뜻해져 본 적 없는 발가락은 동상에 걸린 듯 밤새 아프더라. 그때가 20대 초반이었다. 이미 성인이었음에도 너무도 고통스러운 훈련이었다. 또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두영이는 8살 나이에 올 겨울 전체가 혹한기 아니었는가? 군시절 훈련과 비교해 생각하니 마음이 더욱 쓰리다. 더군다나 두영이 가족은 할머니뿐 이다. 그렇다면 할머니와 함께 혹독한 겨울을 보냈다는 소리다.
두영이를 낳고 사라진 부모는 찾을 길이 없다. 이미 발길이 끊긴 지 오래다. 두영이네는 할머니가 벌어온 돈으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먹는 것, 입는 것, 자는 것 모든 게 부족한 현실이다.
두영이의 초대
모든게 당연하다 생각한 두영이는 어느 날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친구들은 입구에 들어서지 못한 채 두영이에게 물었다. "여기가 너네 집이야?" 그러더니 주춤거리다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두영이는 알게 됐다. 자신과 친구들이 다른 환경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평소 학교에서 너무도 가까운 친구들이었다. 하지만 의도치 않은 생활고에 친구들과도 벽이 생겼다.
순수하기 순수한 나이에 친구와 멀어진 이유가 너무도 안쓰럽다. 싸운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래도 두영이는 아무런 티를 내지 않았다. 그 간 너무도 마음이 단련되었나 보다. 또 언제나 혼자였던 자신이 익숙했다. 그렇게 돌아가는 친구들의 뒷모습을 보며 다시 텐트로 들어간다.
텐트 안으로 들어가기는 길은 험난함을 겪어야 한다. 무너질 듯 내려앉은 벽을 테이프로 임시방편 해놨기 때문이다. 이미 곳곳에는 허물어지고 곰팡이가 슬어있었다.
그렇다 보니, 집안에서 바퀴벌레와 쥐를 보는 것은 익숙한 일이 되었다. 벌레와 쥐를 피해 텐트로 몸을 옮긴다.
두영이네 집은 사진과 같다. 언제든 허물어 내릴 천장이 걱정될 정도다. 할머니는 찬바람이라도 막아볼까 온 벽에 테이프를 붙여 본다. 이렇게라도 하는 것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눈물
이미 노후돼 부서지기 시작했다. 실내 공기도 걱정될 정도다. 할머니는 매번 집을 보수하며 눈시울이 붉어진다. 두영이게 들킬까 돌아선 채로 한참을 그 자리에 서있기도 한다.
반짝반짝한 새집은 만들 수 없더라도 새집 처럼 되었으면 하는 희망이다. 할머니의 마음은 그래야 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할머니의 테이프 붙이기는 희망이 아닌 몸부림이 되었다.
얼음장처럼 추운 날씨다. 집안의 공기가 밖과 다를 바 없다. 그러는 와중에도 열심히 공부하는 두영이에게 뭐라도 먹여야 했다. 할머니와 두영이는 밥상 앞에 앉는다.
차려진 밥상은 고추장과 흰밥이다. 할머니는 타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두영이에게 애써 웃음 지어 보인다. 투정 없이 잘 먹는 두영이 모습에 또다시 눈시울이 붉어진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두영이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다. 시험지가 100점이다. 너무도 어린 나이에 부족함이란 단어를 알게 됐다. 또 할머니의 고생이란 단어도 알게 됐다. 하지만 두영이의 노력과 실력은 부족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밝은 마음과 투정 없이 노력하는 모습에 감명받는다. 힘든 상황에서도 손자의 사랑을 지키는 할머니에게도 감명 받는다. 세기에 감동적인 영화도 현실과 비교할 수는 없다.
두영이의 곱게 자라나는 마음과 할머니의 곱게 자라나는 희망을 기대한다. 또 그래야만 한다. 할머니와 두 손 잡고 이겨낸 혹독한 겨울이 갔으니, 따스한 봄날이 오길 바란다.
우리가 두영이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봄햇살을 빙자한 따뜻한 눈길이다. 글쓴이는 당신이 누군가의 봄이 되어줄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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