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만 증후군 지호
지호(가명)는 2020년 3월에 태어났습니다. 올해 세 살이지만 아직 걷거나 말하지 못합니다. 지호의 병명은 엔절만 증후군입니다. 엔젤만 증후군은 우리말로 행복한 인형 증후군입니다. 아플 때나 슬플 때나 아이가 계속 웃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네요.
엔젤만 증후군 이란?
15번 염색체의 중복, 결손으로 발생하는 희소질환으로 심각한 발달 지연과 함께 말이 없거나 까닭 없이 부적절하게 장시간 웃거나 발작과 경련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그래서인지 지호의 웃음을 보면 너무 예쁘면서도 슬픕니다. 그게 기뻐서 짓는 웃음인지, 아파서 짓는 웃음인지 알 수 없으니까...
그래도 제 웃음을 보고 따라 짓는 지호의 웃음은 정말 행복한 웃음이겠지요. 지호를 위해서라도 자주 웃어야겠지만 실은 제가 웃을 일이 별로 없습니다.
혼자 키우는 아이
저는 서른다섯 살에 혼자 외롭게 지호를 낳았습니다. 희소질환이 있는 아이를 혼자 키우는 건 정말 힘이 듭니다. 여행이나 키즈카페, 하나 못해 식당이나 마트도 쉽게 갈 수 없으니까요. 자다가 갑자기 경련이 오는 지호 때문에 단 하루도 편히 자 본 적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히든 건 제가 소속이 없는 혼자라는 점입니다. 돌아보면 항상 가족, 학교, 회사의 일원으로 누군가와 함께였는데, 지금은 남편도 없이 혼자 모든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한다는 사실이 버겁습니다.
삶이 너무 힘들어서 지호 앞에서 자주 웃지 못하는 것이 미안합니다. 어떨 때는 그 사실이 죄책감으로 다가와 저를 너무 힘들게 합니다. 지호가 저를 밝은 엄마로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는데...
지호의 면역력
엔젤만 증후군인 지호는 면역력이 낮아 바이러스에 특히 취약합니다. 아데노, 파라, 노로, 라이, 수족구, 코로나19... 지금까지 지호가 감염됐던 바이러스들은 셀 수도 없습니다.
선천적으로 기도가 좁고 열 배출이 힘든 탓에 그때마다 지호는 위험한 상태가 됩니다. 일단 감염되면 무조건 입원해야 하는데 전염성 때문에 1인실로만 배정받게 됩니다.
요즘 지호는 거의 한 달에 한 번꼴로 입, 퇴원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한번 입원하면 한 달 수급비 119만 원 중 100만 원이 병원비로 지출됩니다.
희소질환 관련 병원비는 지원받지만 바이러스 감염 병원비는 지원받을 수 없으니까요. 그렇게 병원비를 내고 임대보증금 대출을 상환하면 관리비와 공과금이 체납됩니다. 벌써 3달 치가 밀렸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당근마켓 나눔
하루하루 쑥쑥 크는 지호의 옷은 당근마켓에서 나눔을 받습니다. 좋은 옷은 아니더라도 새 옷을 입히고 싶은 것이 엄마의 마음이지만, 지호의 새 옷이라고는 생일 때 사준 4천 원짜리 내복 한 벌뿐...
여유가 있다면 지호에게 꼭 갈비를 구워주고 싶습니다. 제가 지호를 임신했을 때 갈비가 너무 먹고 싶었거든요. 아직 먹여보지는 못했지만, 지호도 분명 갈비를 좋아할 겁니다.
올해 3월, 지호가 처음 혼자 움직였던 날은 너무 기뻤습니다. 다른 이들에게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지호는 두 돌이 다 돼서 이제 겨우 배밀이를 시작했습니다. 근육에 자극을 주면 지호가 조금씩 나아지는 게 느껴집니다. 물리치료, 언어치료를 한 번이라도 받아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번 영유아 검진에서 지호의 키와 몸무게가 또 미달로 나왔습니다. 제가 못 먹여서 그렇다고, 저 때문이라고 또 자책하게 됩니다. 좀 더 사랑받는 가정에서 태어났으면 좋았을 텐데, 왜 내 아이로 태어나서 지호가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지...
가끔 곤히 잠이 든 지호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픕니다. 꿈에서는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좋은 곳도 자주 갔으면 좋겠습니다. 현실에서는 힘들지만, 꿈에서라도 지호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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