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 아이들의 선택
글을 시작하려 제목을 작성한 후 손이 떨어지지 않는다. 나처럼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이 가 아이들의 마음을 온전히 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글쓴이 또한 유복하지 않은 가정 형편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 결핍과 부족함이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다. 철없이 때도 많이 썼고, 칭얼대기도 했다. 그렇게 효자답지 못한 모습으로 성장했다.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들을 쳐다만 보며 희망하던 날들도 있었다. 한편으로 나의 부족했던 시절을 떠올려보며 보육원 아이들과 공감을 해 본다. 최대한 기억을 더듬어 공감해 보지만 보육원 아이들의 마음 난 상처에 연고가 되어줄지는 모르겠다.
부족한 필력으로 보육원 아이들의 상황을 전한다. 부디 쓰라린 상처에 작은 입김을 불어주는 역할이라도 되었으면 한다. 지금 핸드폰 안에 전화번호부를 열어보라. 그중에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성장한 이가 몇 명이나 되는가?
세상이 발전하며 가정 환경도 발전했다. 예전처럼 6남매, 9남매 같은 대가족도 없고 교육의 수혜를 받지 못하는 이도 없다. 보이지 않는 사회의 사각지대가 있으니 아예 없다고 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대부분 가정형편과 출신에 관계없이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란다. 어린 시절 미비하게라도 기억나는 부모의 사랑은 성인이 되어서도 영향을 미친다. 힘들고 좌절했을 때 불현듯 떠오르기 때문이다.
사람은 살다보면 누구나 어려움에 처할 때가 있다. 그래서 어린 시절 부모의 기억은 성인이 되어서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보육원 아이들은 힘들고 좌절했을 때 누구를 떠올릴 수 있을까? 적어도 낳아주신 부모님은 아닐 것이다.
작게나마 의지할 기억마저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보육원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힘들고 좌절할 일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대한민국은 OECD국가 중 나름 한 자리하는 나라이다. 그만큼 먹고살기 좋은 나라라는 것이다.
초등학교 앞에서 하교하는 아이들을 보면 시무룩한 아이들이 없다. 총알처럼 뛰어가 PC방을 가거나, 돈을 모아 햄버거집으로 향한다. 개중에 한 두 명 표정이 안 좋은 아이들은 학원으로 향하는 길이다.
특별한 아이들
같은 한국이지만 다른 세상에 살듯 궁금증이 늘어가는 아이들이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매년마다 장래희망이 바뀐다. 그만큼 희망을 품고 성장한다는 소리다.
하지만 보육원 아이들은 나이를 한 살씩 먹어가며 궁금증만 늘어난다. "나는 왜 부모님이 없을까? 친구들은 가족과 함께 사는데 나는 왜 보육원 아이들과 함께 살까?" 등등.. 똑똑해지는 머리만큼 의문만 많이 쌓이게 된다.
위에 사진은 부모가 작성한 손 편지이다. 아이를 담은 바구니와 함께 담겨있던 내용들이다. 대부분 보육원 아이들은 보육원과 이렇게 인연이 된다. 본인이 낳은 아이를 키우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은 오죽하겠냐 만은 씁쓸한 현실이다.
이렇게 아이들은 부모의 얼굴도 모른채 성장했다. 항상 사랑으로 대해주는 보육원 선생님을 부모로 여기고 있다. 보육원 아이들은 자신이 남들과 다른지 몰랐다. 하지만 학교를 다니며 이상함을 느끼게 된다.
학교를 마치고 보육원에 돌아와 선생님에 팔소매를 붙잡는다. 그러면서 말한다. "선생님이 저를 낳아주신 게 맞죠? 친구들한테 말하니깐 아니래요."
신뢰 가득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묻는 질문에 선생님의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아이와 마주친 눈동자도 불안한듯 떨린다. 선생님은 메마른 입속에 침을 한번 삼켜야지만 대답해 줄 수 있었다. 선생님도 잠시 고민했을 것이다.
진실을 말해야 할지.. 선의에 거짓을 말해야 할지.. 선생님은 속상한 마음을 숨킨채 웃으며 대답해 준다. "선생님이 너를 마음으로 낳았어." 거짓 없는 진실된 답변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일 때면 아이들을 사랑하는 만큼 미안해진다.
그러면서 돌아본 한켠엔 아직 옹알이도 못한 아기들이 자고 있다. 보육원 선생님은 언젠간 저 아이들도 같은 질문을 할 것이란 걱정에 벌써부터 겁이 난다.
누구보다 밝게 키우고 있지만, 누구보다 어두운 마음을 갖고 성장할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또 무엇보다도 힘든 것은 생활이다. 마음에 구멍이 있는 아이들에게 먹는 것, 입는 것만큼은 부족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원금 만으로 턱없는 현실이다. 그렇다 보니 물려받은 옷을 입히고, 기증받은 신발을 신긴다. 그래도 미소를 잃지 않고 밝게 자라는 아이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보육원 아이들의 선택
하루하루 몰라보게 성장해 가는 아이들이다. 보육원 아이들은 언젠가 자립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정든 보육원을 떠나 자신에 길을 가야 하는 것이다.
부디 부족하지 않게 자라고 가슴속에 의문들이 증오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이 글의 제목은 <보육원 아이들의 선택>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당신은 이 글을 여기까지 읽고 내려왔나? 그렇다면 선택받은 것이다.
보육원 아이들이 당신을 선택했다. 따뜻한 화답은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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