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조할머니와 아름이
어린 시절 다독이며 챙겨주시던 할머니가 생각난다. 멀리 떨어진 거주지로 자주 왕래는 힘들었다. 그렇다 보니 오래된 기억을 흐릿하게 떠올려 본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끼니때마다 옆에 앉혀 먹을 것을 챙겨주시던 모습이 생각난다. 더 먹이고, 더 챙겨 주시려고 했었다. 어려운 시절을 보내오셨던 할머니는 음식을 가장 귀하게 여기셨다.
그런데도 나에게는 아끼지않고 먹이려 하셨으니, 할머니의 마음이 듬뿍 담긴 선물이었던 것이다. 글쓴이의 소중한 기억처럼 누구에게나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갈색 추억이 있을 것이다.
내 기억속에 할머니는 내 모습이 어떻든, 어떤 생각을 하던, 어떤 행동을 하던, 사랑으로 받아주셨던 것 같다. 오늘 글의 주인공인 아름이도 글쓴이와 같이 할머니의 사랑을 받고 자라고 있다.
물론, 아름이는 증조 할머니와 증조할아버지 곁에 자라고 있어 입장이 다르긴 하다. 하지만 현재 아름이 곁에 두 분만 계시니 느끼는 감정은 더 깊을 것이다.
조부모가 되다
더군다나 글쓴이는 작은 기억의 조각이지만, 아름이는 함께 생활하고 있으니 비교할 감정의 크기가 아니다. 그런데 왜 아름이는 조부모님과 셋이 가정을 이루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아름이가 한 살 때, 아름이를 집에 두고 엄마가 사라졌다고 한다. 아빠도 서울로 떠나셨단다. 결국 한 살배기 아름이는 세상에 혼자 남게 됐다.
아름이를 보살펴줄 사람이 없던 상황에 고령의 증조할머니와 할아버지가 거두셨다. 그렇게 조부모가돼 아름이를 정성으로 키우셨다.
하지만 늘어가는 나이에 몸이 반응하신다. 두분은 90세나 되셨다. 쇠약해지는 몸상태이지만 본인들 보다는 온통 아름이 걱정뿐이시다. 조부모님은 세월에 약이 없어, 벌써부터 약해진 마음에 이렇게 말씀하신다.
일 년이라도 더 보살펴 주고 싶어요..
1년이라도 더 보살피고 싶다는 말씀이 왜 이리도 가슴이 아픈지 모르겠다. 이렇게 말할것이 할머니는 작년부터 거동이 불편해지셨다.
또, 몸에 이상 증세는 할아버지에게도 생겼다. 청각이 어두워지신 것이다. 할아버지에게 엉겨 붙어 속삭일 증손녀의 목소리가 안 들린다니 안타까운 현실이다.
할머니와 길을 나서는 아름이는 한 곳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신기한 것이라도 본 것인지 뭐에 홀린 듯 가만히 쳐다본다. 아름이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또래 아이가 부모와 손을 잡고 걷고 있었다.
아름이에게는 신기한 모습일 것이다. 엄마라고 불러본 적도, 만져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형편이라도 좋으면 다행이련만, 시골에서는 엄두도 못 내는 말이다. 이미 노후된 외벽은 무너지기 직전이고, 갈라진 벽틈으로 흐른 물들이 내벽에 곰팡이를 만들어 냈다.
조부모님 만큰이나 쇠약해져 가는 아름이네 집이다. 악취와 곰팜이는 아직 어린 아름이에게도, 나이 드신 조부모님에게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할머니는 이런 환경이 아름이 건강을 해칠까 걱정뿐이다. 마음만큼은 공주처럼 키우고 싶은 할머니이다. 어떻게든 할아버지와 수급비를 아껴 아름이를 키워보지만 생활은 버겁기만 하다.
조부모님은 해가 갈수록 자라는 아름이를 볼 때마다 해준 것이 없는 것 같아 속상할 뿐이다.
매일 아침밥을 챙겨주는 것조차 힘겨운 나이가 되어 버렸다. 아침이면 아름이를 씻기고 밥 먹여 유치원에 보낸다. 그것 만으로도 기진맥진 해진다. 이 조차도 힘에 겨워진 할머니는 걱정이 앞선다.
젊은 날 누리지 못한 마음에 여유를 이제는 느껴야 하지만 그러지도 못한다. 아름이를 보며 매번 "내가 죽으면 어쩌나.."를 되뇌기 때문이다.
아름이는 보물
언제나 밝은 아름이는 증조할머니, 할아버지의 보물이다. 할머니에게 다가와 책을 읽어주고, 빨래도 개어 놓는다. 귀가 어두운 할어버지에겐 혹시라도 안 들릴까 귀에 대고 "사랑해요"라고 속삭이는 손녀다.
할머니는 밝게 자라는 아름이가 고마우면서도 가슴이 미어져 온다. 아무것도 모르고 세상에 태어나 앞으로 힘겨울 앞날이 걱정돼서 이다.
그러면서 할머니의 입에서 작게 흘러나오는 말이다. "저대로 두고는 눈 못 감아"
고심하는 할머니의 얼굴이 아파서 인 줄 아는 아름이는 할머니에게 다가온다. 그러더니 할머니 머리맡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 할머니 제발 하늘로 데려가지 마세요. 오래오래 같이 살게 해 주세요."
할머니는 항상 아름이에게 좋은 것을 먹이고,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다. 하지만 아픈 다리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근처 야산에 솔방울을 주우러 가는 것이 전부다.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은 할머니는 오늘도 아픈 몸을 자책한다.
아름이 6학년까지만..
언제부턴가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유언 아닌 유언을 주고받고 있다. 젊은 날 사랑을 속삭이던 사이에서, 이제는 같이 생을 마감하는 것을 주제로 대화한다.
내가 만약 생이 얼마 안 남았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후회 없이 경험을 해보고 싶을까? 좋은 것을 가져보고 싶을까? 누구나 잠시 생각해 본다면 자신에게 최고를 선택할 것이다.
하나밖에 없는 인생이지 않나. 하지만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약속을 하셨다고 한다. 아름이를 6학년까지는 돌보겠다고 말이다. 그래서 노력하신다. 단 일 년이라도 더 살기 위해서다.
조부모님의 최고의 선택은 건강하게 자라는 아름이였던 것이다. 그런데 왜 6학년일까? 초등학교 졸업하고 13살이면 조금은 안심이 되어서일까? 그때까지는 버텨보겠다는 마음일 것이다.
조부모님은 서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입맛이 없어도 밥을 먹고, 잠이 안 와도 잠을 자려고 하신단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연장할 수만 있다면, 아름이를 곁에서 지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아름이게 바라는 게 있다. 할머니가 하늘나라에 가고, 아름이가 성인이 됐을 때, 할머니를 떠올리며 "할머니가 참 잘해줬지"라고 생각한다면 더 바랄 게 없단다.
성인이 된 아름이가 하늘을 올려다 보고, 할머니를 떠올리는 생각 하니 코끝이 찡해진다. 아름이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한다. 절뚝이는 할머니 다리가 마음이 아팠나 보다.
그러면서, 할머니에게 금으로 된 아파트를 선물하고 싶다고 한다. 아름이의 상상에서 가장 귀중한 선물일 것이다.
매번 죽음을 떠올리며 손녀 생각밖에 없는 조부모와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것을 선물하고 싶다는 손녀이다. 조부모 두 분의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저 우리 모두는 희망할 뿐이다.
하지만 언제든 혼자가 될 수 있는 아름이다. 조부모님께서 살아계신 시간 동안 아름이와 아름다운 추억을 쌓길 바란다. 또, 아름이에게도 평생 잊히지 않을 무한한 사랑이 기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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